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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그리스 재정위기: 유로존을 뒤흔든 부채 폭탄 그리스 재정위기의 씨앗은 2001년 유로존 가입과 함께 뿌려졌습니다. 단일 통화 유로화를 채택한 그리스는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포기하는 대신, 유로존의 신용도와 안정성을 등에 업고 과거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유입을 불러왔고, 정부는 인프라 건설·사회복지 확대·공공부문 고용 증가에 적극 나섰습니다. 특히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도로·공항·경기장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추진되며 수십억 유로의 부채가 누적되었습니다. 그러나 조세 회피와 비효율적인 세금 징수 체계는 개선되지 않았고, 부패와 정치적 포퓰리즘이 재정 건전성을 훼손했습니다.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이미 2007년에 100%를 넘어섰지만, 유로존 내부라는 안전망에.. 2025. 8. 13.
2009년 아일랜드 은행 위기: 유럽 내 재정위기의 경고음 2009년 아일랜드 은행 위기는 겉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축적된 국내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은행권의 무분별한 대출 확장이 근본 원인이었다. 당시 아일랜드 경제는 유럽연합(EU) 단일통화 체제에 편입된 이후 저금리 혜택을 누렸고, 풍부한 외국인 투자 자본이 유입되면서 ‘켈트 호랑이(Celtic Tiger)’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0년부터 2007년 사이 주택 가격은 평균 200% 이상 상승했으며,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상업용 부동산 개발 대출까지 공격적으로 늘렸다. 예를 들어 앵글로 아이리시 은행(Anglo Irish Bank)의 대출 자산은 1998년 약 160억 유로에서 2007년 1,000억 유로 이상으로 폭증했다. 이러한 확장은 .. 2025. 8. 12.
1988년 일본 자산버블 정점: ‘잃어버린 20년’의 서막 1988년의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40여 년간 이어온 고도성장의 정점을 맞이하고 있었다. 전후 일본은 미국과의 안보 협력 속에서 제조업 기반을 강화했고, 전자·자동차·철강·화학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가치는 단기간에 두 배 가까이 절상되었으나, 이를 상쇄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대규모 내수 부양책과 초저금리 정책을 시행했다. 이 시기의 정책금리는 연 2.5%로 유지되었고, 금융 규제 완화까지 더해져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렸다. 엔고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자 대기업들은 해외 생산 기지를 확대했지만, 국내 자본은 부동산과 주식 시장으로 몰리며 자산가격 급등을 촉발했다. 그 결과, 1988년 일본 경제는 겉보기엔 안정된 성장과 .. 2025. 8. 11.
2007년 인도네시아 부동산 버블: 조용한 신흥국 위기 2007년은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정성의 먹구름에 휩싸이던 시기였습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조짐이 나타나며 신용경색 우려가 확산되고 있었지만, 동남아시아의 대표 신흥국인 인도네시아는 표면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당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를 웃돌았고, 루피아 환율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의 겉모습 뒤에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라는 위험한 불씨가 조용히 커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수도 자카르타와 수라바야, 반둥 같은 대도시에서는 주거용 아파트와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몇 년 사이 두 배 이상 상승했고, 이 현상은 '도시 개발과 중산층 확대'라는 긍정적인 이야기로 포장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과도한 대출 의존, 단기 해외자본 유입, .. 2025. 8. 10.
2020년 농산물 금융화: 토마토 가격 폭등의 배경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팬데믹이 세계를 덮친 해였다. 감염병이 건강과 사회 체계에 미친 충격은 곧 경제 전반으로 퍼졌고, 그 여파는 일상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식료품 가격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그중에서도 ‘토마토’는 상징적인 품목으로, 이례적인 가격 폭등 현상으로 국제 언론과 금융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단순히 기후 요인이나 물류 차질로 설명하기엔 과도한 가격 상승 폭은, 농산물 가격이 더 이상 생산과 소비의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2020년의 토마토 사태는 농산물이 금융시장의 투기 대상이 되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 사건을 통해 농업과 금융의 연결고리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공급망 충격과 자본의 투기적 유입코로나19의.. 2025. 8. 8.
2015년 중국 A주 폭락: 국가 개입의 한계 2015년 중반, 중국의 주식시장, 특히 상하이와 선전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A주 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급등과 급락을 경험하게 된다. 당시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으며, 금융 시장 개방과 내수 부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개인투자자 중심의 주식시장은 단기간에 과열되었고, 중국 정부의 정책 신호와 언론 보도는 이러한 과열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6월부터 시작된 급락은 수천만 명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겨주었고, 정부가 전례 없는 개입에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은 국가 주도의 시장 관리가 어디까지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급등의 배경: 저금리, 신용거래, 그리고 정부의 묵시적 지지중국 A주 .. 2025. 8. 7.
2002년 아르헨티나 코랄리토: 예금 인출 통제의 현실 2001년 말부터 2002년 초까지, 아르헨티나는 현대 금융사에서 전례 없는 극단적 조치를 시행하게 된다. 국민들의 예금 인출을 제한하는 조치, 즉 ‘코랄리토(Corralito)’가 그것이다. 이 조치는 단순한 은행 정책이 아니었다. 그것은 곧 국가의 신뢰 붕괴, 사회 혼란, 그리고 정치 시스템의 마비로 이어지는 파장을 일으켰다. 아르헨티나는 당시까지 세계에서 손꼽히는 신흥시장 중 하나였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지를 바탕으로 통화정책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고정환율제도와 재정 적자의 악순환, 외채 의존 구조는 결국 경제를 무너뜨리는 뇌관이 되었다. 예금 동결이라는 비상조치는 금융 붕괴의 전조였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금융 정책이 시민의 일상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할 수 있.. 2025. 8. 6.
1998년 LTCM 사태: 수학천재들의 헤지펀드 붕괴 1998년, 미국 금융 시장에서는 겉보기에는 작지만 엄청난 충격파를 낳은 사태가 발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수학 천재들’이 만든 전설적 헤지펀드 LTCM(Long-Term Capital Management)이었다. 이 펀드는 두 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포함한 수학·금융 이론가들이 주도하며 정교한 모델과 레버리지를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국채 디폴트와 세계 금융시장의 급변은 이들의 모델을 무력화시켰고, 결국 LTCM은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된다. 이 사태는 단순한 한 헤지펀드의 실패가 아닌,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위험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글에서는 LTCM의 등장, 전략, 붕괴 과정,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살펴본다. 천재들이 만든 헤지펀드, LTCM.. 2025. 8. 5.
1914년 금본위제 정지: 제1차 세계대전과 통화질서 붕괴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은 단지 정치·군사적 갈등의 시작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이 해는 세계 금융 시스템의 중심이었던 국제 금본위제가 사실상 중단된 해이기도 하다. 19세기 후반부터 정착된 금본위제는 각국 화폐의 가치를 금에 고정시키는 체제였으며, 국제 무역과 자본 이동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각국 정부로 하여금 금의 자유로운 이동과 통화 전환을 제한하도록 만들었고, 이는 수십 년간 유지된 통화 질서의 붕괴를 초래했다. 이 글에서는 1914년 금본위제 정지의 배경과 진행 과정, 그 결과와 장기적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금본위제의 원리와 20세기 초 국제질서금본위제는 통화의 가치를 일정량의 금에 연동시키는 제도다. 영국은 1821년 처음으.. 2025.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