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금융의 역사176 1998년 LTCM 사태: 수학천재들의 헤지펀드 붕괴 1998년, 미국 금융 시장에서는 겉보기에는 작지만 엄청난 충격파를 낳은 사태가 발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수학 천재들’이 만든 전설적 헤지펀드 LTCM(Long-Term Capital Management)이었다. 이 펀드는 두 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포함한 수학·금융 이론가들이 주도하며 정교한 모델과 레버리지를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국채 디폴트와 세계 금융시장의 급변은 이들의 모델을 무력화시켰고, 결국 LTCM은 파산 위기에 몰리게 된다. 이 사태는 단순한 한 헤지펀드의 실패가 아닌,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위험을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글에서는 LTCM의 등장, 전략, 붕괴 과정,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살펴본다. 천재들이 만든 헤지펀드, LTCM.. 2025. 8. 5. 1914년 금본위제 정지: 제1차 세계대전과 통화질서 붕괴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은 단지 정치·군사적 갈등의 시작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이 해는 세계 금융 시스템의 중심이었던 국제 금본위제가 사실상 중단된 해이기도 하다. 19세기 후반부터 정착된 금본위제는 각국 화폐의 가치를 금에 고정시키는 체제였으며, 국제 무역과 자본 이동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각국 정부로 하여금 금의 자유로운 이동과 통화 전환을 제한하도록 만들었고, 이는 수십 년간 유지된 통화 질서의 붕괴를 초래했다. 이 글에서는 1914년 금본위제 정지의 배경과 진행 과정, 그 결과와 장기적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금본위제의 원리와 20세기 초 국제질서금본위제는 통화의 가치를 일정량의 금에 연동시키는 제도다. 영국은 1821년 처음으.. 2025. 8. 4. 19세기 미국·유럽 금융위기의 비교: 전신기술의 영향 19세기는 세계 금융사의 급격한 변화기였다.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확산은 대규모 자본 이동과 금융기관의 성장을 촉진시켰으며, 이에 따라 금융위기 또한 점점 더 빈번하고 파급력 있게 나타났다. 이 시기의 미국과 유럽은 각기 다른 구조적 문제와 제도적 한계를 안고 있었지만, 동시에 통신 기술, 특히 전신의 도입이라는 공통된 변수를 맞이하게 된다. 전신은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금융위기의 전개 방식과 속도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위기의 확산과 대응 양식에도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 글에서는 19세기 중후반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금융위기를 비교하며, 전신 기술이 이러한 사건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는지를 살펴본다. 유럽: 정보 전파의 가속화와 위기 전이19세기 중반 유럽의 금융위기는 주로 런던, 파리,.. 2025. 8. 3. 1790년대 미국 금융혼란: 중앙은행 이전의 불안정성 미국은 1776년 독립선언 이후 정치적 독립을 얻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새로 탄생한 국가에게 통화 체계와 금융 시스템은 완전히 미지의 영역이었다. 독립전쟁을 치르는 동안 대륙회의는 대규모로 화폐를 발행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금이나 은과 같은 실물 자산은 부족했고, 그 결과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1780년대 말부터 연방 헌법이 제정되고 알렉산더 해밀턴이 초대 재무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어느 정도 질서가 잡히는 듯했으나, 179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국은 여전히 금융 시스템의 기초가 부실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중앙은행이나 안정적인 통화정책이 부재한 시대, 미국은 자금 조달, 채무 정산, 유통화폐 신뢰도 등 전반적인 금융 구조에서 수많은 문제에 직면하고 있었다... 2025. 8. 2. 1993년 베네수엘라 은행 위기: 예측 실패와 붕괴의 전조 1993년 베네수엘라 은행 위기의 근본 원인은 오랜 기간 누적된 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에서 출발한다. 베네수엘라는 오랫동안 석유에 의존한 경제 구조를 유지해왔으며, 전체 수출의 90% 이상, 정부 재정의 절반 이상이 석유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중후반부터 국제 유가가 장기적으로 하락하면서 국가 재정은 점점 악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1989년에는 석유 수출 가격 하락과 외채 부담이 동시에 심화되면서, 정부는 긴축정책을 도입해야 했고, 이는 사회적 불만과 혼란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금융권 역시 이러한 경제 불안정 속에서 과도한 외채, 부실 대출, 규제 미비 등으로 점차 불안정해졌고, 이는 1990년대 초반 본격적인 위기의 씨앗이 되었다. 당시 베네수엘라 중앙은행과 금융 감독 기관은.. 2025. 8. 1. 1930년대 일본 금융위기: 침체와 군국주의로의 전환 1930년대 초, 일본은 세계 대공황의 직격탄을 맞으며 심각한 경제 침체에 빠졌다. 1929년 미국 뉴욕 증시의 붕괴로 촉발된 대공황은 세계 각국의 무역을 위축시켰고, 일본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그 피해가 더욱 컸다. 일본의 대표 수출품이었던 실크와 면직물의 수출 가격은 급락했고, 수출량도 동시에 줄어들면서 무역수지와 외환보유액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 결과 산업 전반의 생산이 급감하고,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을 단행했으며, 실업률은 빠르게 상승했다. 도시 빈민층이 증가하고 농촌 지역에서는 빈곤과 파산이 속출하면서 경제 불안은 사회적 불만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초기에는 금본위제를 고수하며 긴축 재정을 시행했지만, 이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금본위제 복귀를 추진한 .. 2025. 7. 26. 이전 1 2 3 4 5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