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엔론 스캔들
1. 엔론의 성장과 신뢰 기반 붕괴
엔론(Enron)은 1985년 케네스 레이(Kenneth Lay)가 휴스턴 천연가스 회사 두 곳을 합병해 설립되었으며, 이후 제프리 스킬링(Jeffrey Skilling)의 합류로 에너지 거래와 파생상품 중심의 혁신적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자유방임 규제 정책 속에서 에너지 거래 플랫폼으로 급성장하며 포춘지가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여섯 번이나 이름을 올렸고, 2001년 중순에는 시가총액 600억 달러, 주가 최고치는 약 9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외형적 성장은 투자자의 신뢰를 얻었으나, 실제로는 기업 내부의 허술한 회계와 재무 구조를 숨기는 탈법적 체계 위에서 유지되고 있었다.
2. 회계 조작과 특수목적회사(SPE)의 악용
엔론은 1992년 ‘시장가 회계(mark‑to‑market accounting)’를 도입해 실제 실현되지 않은 장기 계약의 미래 이익을 즉시 장부에 반영했다. 이로 인해 수익이 실제보다 과대하게 부풀려졌다. 여기에 앤드루 패스토우(Andrew Fastow) 당시 CFO는 ‘Raptor’, ‘LJM’ 같은 다수의 특수목적회사(SPE)를 설립해 부실과 채무를 은폐하고, 자신과 측근에게 수천만 달러의 이익을 몰아주었다. 이러한 회계 수법은 법 테두리 안에서 수행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투자자와 대중을 속이기 위한 사기 행위로 귀결되었으며, 감사 기관인 아서 앤더슨(Arthur Andersen)도 이를 묵인하거나 은폐하는 데 일조했다.
3. 내부 고발과 연이은 붕괴의 서막
2001년 8월, 스킬링이 CEO를 사임하며 시장에서는 내부 균열의 조짐이 드러났다. 10월에는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발표했고, 패스토우 관련 SPE들이 미끄러지듯 연이어 무너지자 SEC와 언론의 의문이 집중되었다. 특히 제롬 파월 기자가 ‘패스토우가 LJM으로 4,5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폭로보도를 하자 투자심리는 급속히 악화되었고, 여러 은행이 대출을 중단하며 사실상 신용 거품이 붕괴되었다. 2001년 12월 2일, 엔론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을 선언하며 모든 사업 활동을 중단했다.
4. 사회적 충격과 법적 책임 정립
엔론 파산은 직원 2만 명 이상의 일자리와 연금,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되어 버린 비극을 낳았다. 투자자들은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아서 앤더슨 역시 회계 부정 묵인 의혹에 휩싸여 2002년 해체되었다. 연방수사국(FBI) 조사와 연방 기소 등으로 주요 경영진들은 사기, 내부자 거래, 증권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패스토우는 징역 6년, 스킬링은 24년형(이후 감형), 레이는 2006년 사망 전까지 유무죄 논란 속에 있었다. 이와 함께 미국 의회는 연계 감사를 청취하고, 아서앤더슨의 감사 부정 등 문제를 집중 검토했다.
5. 제도 개혁과 현대적 교훈
엔론 스캔들은 기업·감사·감독이 삼각 공모 구조로 부실을 은폐할 경우 어떠한 파멸도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이를 계기로 2002년에는 기업의 최고경영자와 최고재무책임자가 재무제표 정확성에 법적 책임 지는 "사베인스-옥슬리법(SOX)"이 제정되었으며, 감사와 컨설팅 분리, 내부통제 평가, 처벌 강화 등이 명문화되었다. 이후로도 전 세계는 이 법을 모델로 삼았으며, 감독기구의 강화와 감사산업의 투명성 확립 등 제도 개혁이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FTX 같은 암호화폐 사건에서도 엔론과 유사한 ‘내부자 이익 우선’과 회계 조작 사례가 반복되며, 윤리적 경영과 투명회계, 정보 비대칭성 통제가 여전히 큰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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